시
구르는 바퀴는 언제나 닳는다
그리는 연필은 뭉뚝해지고구르는 바퀴는 언제나 닳는다 상처로 가득하고닳아 없어질 것 같은 나의 몸은어제의 내가 힘차게 구른 탓이리라 바닥에 붙은 흑연아스러진 살갗이 자취에 나부낀다 끝을 헤아릴 수 없는한없이 뻗은 광야 멀리서 바라본 상처의 파편들은먼지 한 톨보다 작아 보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그 덕에 내가 더 나아갔음을 안다 피부에 생채기 하나 남지 않은 것은어제와 오늘이 같다는 증거다 그건 … 더 읽기
LED
내 눈앞에 병사들의 수는 이백만그들은 밝은 빛을 뿜으며뜨겁게 죽어간다 무지개 빛깔의 파도들이아무렇지 않은 척 일렁거린다내 망막에 맺힌 건그들 혼자가 아니라그들이 잡은 손이었더라 그 숭고한 희생 덕에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무지하고 미개한 나라는 존재가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겠지 빛나는 모든 것이누군가의 눈을 쨍하게 하지 말기를그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를 너의 색깔은빨강초록파랑
안녕
외국어는 만날 때와 헤어질 때 인사말이 나뉘어 있지. 만남과 작별의 감정은 분명 다르니까. 하지만 한국어는 둘 다 ‘안녕’이야. 비록 인사 후 우리는 헤어지지만 동시에, 언젠간 또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자는 의미가 아닐까?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마. 안녕.
별똥별
내게 아주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. 그러자 사람들의 바보 같은 행동을 하나 알게 됐다. 그것은 바로 수명이 다해서 떨어지는 인공위성을 별똥별로 착각하여 소원을 빈다는 것이다. 바보들. 난 진짜 별똥별이 떨어지면 그때 소원을 빌어야겠다. 그 뒤로 평생 동안 소원을 빌지 못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