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쇳물

땅 땅 땅
그 놈이 또 나를 때린다

난 휘어지고
구부러지고
망가지고
아프다

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면
내 고개를 차가운 물에 처박고서는
일어나
숨쉬어
엄살피지마

이게 죽는 걸까
차가워 몸을 떨고 있으면
다시 땅 땅 땅
그 놈이 또 나를 때린다

시간이 얼마나 지났지
정신을 잃고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면
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다

아무렇지 않다
아무렇지 않다
아무렇지 않다
아무렇지 않아?

파편이 떨어지고
껍데기는 바스라지고
자국들이 선명해지는데
어떻게 아무렇지 않겠어

땅 땅 땅
다만 더 이상 휘어지지도
구부러지지도
망가지지도
아프지도 않아

어디론가 흘러가며
모양도 잡지 못하고
몹시 끓어오르던
쇳물이,
그 뜨겁던 쇳물이,
이제는 차갑게
스스로를 두드릴 뿐이야
땅 땅 땅

Published in⏰ 어쨌거나 움직이는 시곗바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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